청년층 젠더 갈등의 이면…성 대결에 깔린 ‘취업난의 그늘’

2018년 7월 7일 (토) 오전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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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젠더 갈등의 이면…성 대결에 깔린 ‘취업난의 그늘’

헌법재판소에서 대체복무제를 둬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이후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 다시 성 평등을 내세우며 다양한 ‘역차별’ 주장을 내놓고 있다. 주로 언급되는 것들은 ‘여성 징병제 도입’ ‘군 가산점 제도 부활’ ‘여성 할당제 반대’ 등과 같은 해묵은 이슈다.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이미 과거에 여러 차례 청년층 젠더 갈등으로 표면화됐던 사안들로, 주장을 뜯어보면 대체로 노동과 보상의 문제로 귀결된다. 군 복무 기간을 구직에 관한 ‘기회비용의 상실’로 여기거나, 취업이나 승진에서 형식적 평등을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점차 첨예해지는 청년층 젠더 갈등의 주된 원인을 ‘일자리 문제’에서 찾는 견해가 나온다. 취업 경쟁의 강도가 세지면서 성별에 따른 차이가 먹고사는 문제로 직결되는 까닭에 갈등의 간극이 좁혀지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헌재가 대체복무제 도입 판단을 내렸던 지난달 28일부터 최근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자들도 군대 가게 해달라’ ‘남자가 군대 간다면 여자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보내 달라’ ‘여성을 사회복무요원으로 보내 달라’ ‘여성도 대체복무를 시켜야 한다’ ‘여성 징병제를 도입해 달라’ 등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청원의 주장은 대체로 입영이 아닌 방식으로 군 복무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여성도 이제 국방의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다. 아울러 입영 기간을 보상받고 싶다거나 남성만 의무 복무로 취업 등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토로가 섞여 있다.

‘군 가산점을 부활시켜야 한다’ ‘여성 군인 및 경찰의 체력 측정 기준을 남성과 똑같이 해달라’ ‘군대에 다녀오면 확실한 보상을 해달라’ 등과 같이 취업과 관련한 명시적인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일자리와 결부되는 사안이 청년층의 젠더 갈등으로 표면화하는 경우는 종전에도 상당수 있어 왔다. 특히 여성의 노동권 신장과 관련된 정책이 나올 때면 일부 남성 측의 강한 반발이 뒤따르곤 했다.

군 가산점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군 가산점은 제대 군인에게 의무 복무 기간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채용 과정에 혜택을 주는 제도다.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아 사라지면서 논란이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청와대 청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최근까지도 부활을 요구하는 청년층 남성들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일부 채택하고 있는 여성 할당제 또한 남녀가 대립하는 지점이다. 여성 할당제는 성편중 등 차별적 구조를 개선할 목적으로 채용·승진에서 일정 인원을 의무적으로 여성으로 배정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상당수 남성은 여성 할당으로 인해 결국 본인의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지난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이 신규 채용 공고에 여성 가산점을 명시해 역차별 논란이 불거진 일도 있다.

반면 여성들은 할당제 등이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하며, 노동 시장에는 여전히 ‘유리 천장’이 존재하고 있어 더욱 적극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간 가부장적이고 남성 위주인 기업 문화가 지배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극히 합리적이라는 목소리여서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간 노동 시장에서 여성에 대한 직·간접적인 차별이 만연했다는 점에 관해 이론이 적은 편이다. 아울러 여성의 노동권을 지금보다 큰 폭으로 개선하려는 사회적 추세 또한 부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그런데 양질의 일자리 자체가 줄고 있는데다 기업이 구직자에게 요구하는 조건은 많아져 일자리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청년층 남녀 갈등의 폭을 넓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먼저 일자리 문턱이 높아지면서 여성들 입장에서는 성차별로 인한 취업 장벽을 더욱 크게 체감해 개선 필요성을 절실하게 여길 수 있다. 반대로 남성 쪽에서는 취업도 안 되는데 전통적인 남성의 부양 의무라는 압박까지 가중된다고 느껴 여성의 사회 진출을 위협으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지방선거 서울시장 여성 후보들 벽보만을 골라 훼손한 30대 남성의 사례도 이 같은 현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A(30)씨가 경찰 조사에서 밝힌 벽보 훼손 이유는 “여권이 신장되면 취업이 어려워질 것 같아서”였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강남구 일대에서 당시 신지예 녹색당 후보와 인지연 대한애국당 후보의 벽보를 각각 20개, 8개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중소기업을 다니다가 퇴직한 구직자로, 여성의 권익과 본인 구직 성공 가능성이 반비례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최근 남녀 간 성대결 양상이 나타나는 이면에는 어떤 사안에서 상대 쪽에 유리하게 되면 ‘나의 일자리’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인식도 자리 잡고 있다”라며 “먹고 살기가 어려우면 각자가 소속된 성별이나 계층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여기는 지점이 있을 때 좀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심영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는 “남녀가 능력에서 차별 없이 경쟁해야 한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어 여성들은 목소리를 낸다. 반면 가족 부양과 같은 측면에서 여전히 남성들에게 지워져 있는 전통적인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긴 어려워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출처 : 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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