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도 쓸 줄 모르는 난민? “아프리카는 원시 사회 아니야”

2015년 4월 1일 (수) 오전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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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도 쓸 줄 모르는 난민? “아프리카는 원시 사회 아니야”

상영 중인 영화 ‘뷰티풀 라이’는 1980년대 아프리카 수단의 내전에 휩쓸려 부모형제를 잃고 난민이 된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어렵사리 케냐 난민촌으로 피신했다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깊은 상처에 방황하는 이들의 모습은 담담해서 먹먹하다. 특히 흑인 주인공 배우들은 실제 난민 출신이라 울림이 크다.

콩고민주공화국 난민인 욤비 토나 광주대 자율융복합전공학부 교수(48)는 “난민들이 겪는 역경은 사실적이나 아프리카인을 문명과 동떨어진 미개인으로 그린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욤비 교수는 2002년 한국에 와서 2008년 행정소송을 거쳐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반군을 피해 도망친 마메르(아놀드 오셍) 일행은 끊임없이 고난을 겪으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보살핀다. 형은 동생을 위해 대신 잡혀가고, 미국에서 법적 문제로 헤어진 남매는 끝내 함께 살게 된다. 욤비 교수는 “영화에서 조상 이름을 외우는 게임이 자주 나오는데 아프리카에선 흔한 놀이”라면서 “뿌리를 소중히 여기고 가족을 자신보다 아끼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 받는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반군은 성인은 무차별 사살하면서도 어린 소년들은 잡아간다. 인도적인 이유가 아니다. 욤비 교수는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아 맘대로 다루기 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약을 먹여 움직이는 건 모두 쏘라는 끔찍한 명령을 내리거나 ‘총알받이’로 쓰는 일도 흔하다.

천신만고 끝에 해외로 탈출해도 고생은 끝나지 않는다. 마메르는 난민촌에서 의료교육을 받았지만 미국에선 허드렛일만 해야 했다. 욤비 교수도 콩고 내 부족인 키토나왕국 왕자 출신으로 경제학을 전공했다. 정부기관에서 일한 엘리트였지만 한국에선 인쇄나 동물사료 공장을 전전했다.

영화에서 미국에 처음 도착한 난민들은 거실에서 전화가 울려도 뭔지 몰라 우두커니 쳐다본다. 주방기구도 쓸 줄 모른다. 욤비 교수는 “아프리카를 원시 사회 수준으로 보는 편견이 빚어낸 촌극”이라며 “서구사회만큼은 아니어도 문명의 이기에 대한 웬만한 지식은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이런 인식에선 별반 다를 게 없다. 얼마 전 같은 아파트 주민이 ‘아프리카 이웃이 생겨 기쁘다’는 쪽지와 함께 헌옷들을 두고 갔다. 이유를 물었더니 “아프리카 사람은 가난하지 않냐. 도와주고 싶다”고 답했다. 좋은 뜻인 줄은 알지만 가족은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출처 : 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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