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로바 온다, 나이 마흔에도 독보적 발레리나···'라 바야데르'

2018년 10월 14일 (일) 오전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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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로바 온다, 나이 마흔에도 독보적 발레리나···'라 바야데르'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173㎝의 키, 긴 팔다리, 작은 얼굴로 '신이 내린 몸'이라는 평과 함께 '천상의 발레리나'로 칭송받는 관객을 홀리는 연기와 기술까지. '세기의 발레 여신'으로 통하는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39)가 내한한다. 세계 정상급 발레단인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겸 이탈리아 라 스칼라 발레단 에투알이다.

발레에 관심 있는 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세기의 무용수 갈리나 울라노바(1910~1998), 마야 플리세츠카야(1925~2015)의 뒤를 이은 '살아있는 전설'이다. '프리마 발레리나 아졸루타' '안나 파블로바의 재림' '제2의 갈리나 울라노바' '마야 플리세츠카야의 후예' 등 수많은 별칭으로 불린다.

자하로바는 뉴시스와 e-메일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부르는지에 대해서는 특별히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물론 멋진 별칭으로 불러주는 것은 정말 기쁘고 감사하지만, 단지 그 뿐이다. 결국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는 것만이 관객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과 유니버설발레단이 11월 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라 바야데르'에서 '니키아'를 맡는다. 자하로바가 발레 전막 공연으로 한국을 찾는 것은 2005년 볼쇼이발레단 '지젤' 이후 13년 만이다.

"한국에서 첫 공연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볼쇼이발레단과 함께 첫 방문했을 때 한국 관객들이 따뜻하게 맞아줘 정말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오래 전 일인데다가 서울에서 단 한 번의 경험이었기 때문에 다 시 한번 이 아름다운 도시를 방문하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

'라 바야데르'는 고전발레의 아버지인 마리우스 프티파(1818~1910)의 작품이다. 인도 황금제국을 배경으로 힌두 사원의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 감자티 공주와 최고 승려 브라민 등 엄격한 신분 제도 속 사랑과 배신을 그린다.

마린스키발레단 부속 바가노바 발레아카데미 출신인 자하로바의 이 학교 졸업작품이 '라 바야데르' 3막이었다. 그녀가 볼쇼이발레단과 함께 러시아 양대 발레단인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했을 당시 이 작품의 전막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꿀 정도로 애정이 대단하다. "그 간절한 꿈은 곧 실현됐다. 그만큼 '라 바야데르'는 내게 소중한 작품이고,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다. 클래식 발레 중에서도 특히 어렵고 힘들다. 그래서 더 매력을 느낀다."

자신이 맡는 니키아에 대해서는 "상당히 다면적인 캐릭터"라고 봤다. "1막에서 3막까지 전반적인 분위기나 무용수의 움직임 혹은 테크닉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만큼 니키아 역을 맡은 무용수는 때론 섬세하게, 때론 격렬하게, 때론 묵직하고 비장하기까지 한 극한의 감정을 끌어내어 무대 위에 오롯이 풀어놓아야 한다. 고난도 테크닉과 깊은 감정연기의 조화가 중요한 역이다."

우크라이나 출생으로 15세 때 최연소 참가자로 '바가노바 프릭스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해 명문 바가노바 발레학교에 입학했다. 엄격한 교수법으로 유명한 발레학교에서 개교 이후 처음으로 월반한 우등생이 됐다. 마린스키발레단 입단 1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이례적으로 승급했다. 18세다. 발레계 아카데미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2005년과 2015년 두 번이나 수상했다.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 된 자하로바는 “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 예술가들을 볼 때, 아직은 오지 않은 그들 앞에 펼쳐질 미래의 모든 것들에 대해 조금은 질투를 느끼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나이도 장점이 될 수 있다"고 긍정했다. "삶의 매 순간과 경험들이 내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것은 지금 시작하는 젊은 예술인들보다 훨씬 큰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나는 무대 위에서, 그리고 내 삶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다. 예술가로서 가지고 있는 것들을 즐기며 살고 있다. 이미 오랫동안 프로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나를 증명할 필요도 없고, 내가 원하는 춤을 마음껏 출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곳에서 공연하고 있다."

여전히 독보적인 유연함을 자랑하는 자하로바는 "직업 특성상 공연기간 중에는 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고 귀띔했다. '좋은 컨디션'이란 단순히 육체적 측면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무용수로서 공연을 위한 관리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니까. 스튜디오에서 종일 리허설과 테크닉 연습으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공연(실전) 없이 최상의 몸(매)과 마인드 컨트롤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무대에 서는 사람에게 무대 위에서 얻는 경험만큼 좋은 관리법은 없으니까"라며 즐거워했다.

다음번에 한국에서 공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의 솔로 프로젝트 '아모르'를 선보이고 싶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모던 발레 세 편으로 구성됐다. 한국 관객들에게 이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면, 클래식 발레 무용수로서만이 아닌 모던 발레의 안무가이자 실연자로서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다른 프로젝트로 '투 애즈 원(Two as One)'도 보여주고 싶다. 남편안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47)과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다. 러시아가 낳은 세기의 예술가 커플로 통하는 이들의 협업 무대는 이미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작품은 마침 롯데콘서트홀이 최근 발표한 내년 프로그램 '월드뮤직 & 컨템포러리 시리즈'의 한 작품으로 포함했다. 자하로바와 레핀은 10월 26, 2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투 애즈 원'을 공연한다. "이 작품 역시 매우 독창적이며 색다른 프로젝트다. 남편의 연주에 맞춰 같은 무대 위에서 춤을 춘다."

자하로바는 남편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음악의 세계는 발레의 세계와 상당히 다르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하다. 바딤을 만났을 때 많은 것들이 변했다. 남편은 어린 시절부터 프로 무대경험이 많기 때문에 무대에 서는 게 어떤 것인지, 무대에서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항상 나를 이해하고 지지해준다."

항상 각자 바쁜 스케줄로 세계를 누비는 이들 부부는 서로 자주 만나지 못한다. "서로가 서로를 많이 그리워한다. 호호. 공동 프로젝트는 함께 공연할 수 있는 기회이자,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정말로 하고 싶은 작업이다."

무용수의 전성기를 늘리고 있는 자하로바에게 은퇴는 당분간 먼 이야기로 보인다. 이미 2020년까지 스케줄이 가득하다. 동시에 새로운 프로젝트들도 준비하고 있다.

"은퇴 혹은 이후의 삶에 대해서 따로 생각해 볼 시간조차 없다. 조국 러시아에서는 기본적으로 무용수가 은퇴했다가 복귀하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러시아에서는 '우리(관객)는 당신(무용수)이 당신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만큼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한다'는 표현이 있다. 여기에 내 의견을 덧붙이자면, 당신의 지금 모습이 당신의 세월을 얘기한다고 말하고 싶다. 발레리나가 무용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때까지 무대 위에 끝까지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편, 지난해 '라 바야데르' 솔로르로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남성 무용수상을 수상한 데니스 로드킨이 이번 내한에서 '솔로르'로 자하로바와 호흡을 맞춘다. 두 사람은 11월1일 첫 공연과 마지막 날인 4일 공연을 장식한다.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11월3일), 홍향기와 이현준(11월2일), 김유진과 이동탁(11월3일) 등도 니키아와 솔로르로 각각 나선다.

출처 : 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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