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에서 빛난 별' 선수들이 밝힌 금메달·종합2위 원동력

2018년 10월 14일 (일)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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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에서 빛난 별' 선수들이 밝힌 금메달·종합2위 원동력

【자카르타=뉴시스】 김희준 기자 =대한민국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단이 2018 인도네시아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3개, 종합 3위'의 당초 목표를 훌쩍 뛰어넘었다.

금 53, 은 45, 동 46개를 따내며 종합 2위에 올랐다. 목표보다 금메달을 무려 20개나 더 따내며 이란, 일본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냈다. 인천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2위 수성에 성공했다.

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술탄호텔 코리아하우스에서 인도네시아아시안게임 결산 좌담회를 통해 이번 대회의 성과를 되짚었다. 이도연(핸드사이클 2관왕 2연패) 전민재(육상 2관왕 2연패) 권현(수영 2연패, 수영단일팀) 신백호(볼링 2관왕) 박홍규(탁구 단일팀 은·단식 은) 등 이번 대회 누구보다 빛난 메달리스트 5명이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전민식 선수단장, 정진완 총감독(이천훈련원장)과 함께 대회를 돌아보고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대회 볼링(금12·은7·동3), 탁구(금9·은10·동6), 사이클(금7·은2·동1) 등은 효자종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금메달 목표를 2배 넘게 초과 달성, 한국이 종합 2위를 수성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목표 초과달성의 이유는 역시나 피나는 훈련뿐이었다.

핸드사이클 2관왕 2연패를 달성한 철녀 이도연은 "사이클은 뒤늦게 정식종목이 돼 30일 밖에 훈련하지 못했다. 폭염속에 남들 자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새벽 5시부터 나가서 90~100㎞를 뛰었다. 고된 훈련을 했다"고 털어놨다. "선수들끼리 힘들 때마다 국가대표는 우리 돈이 아닌 국가 세금으로 온 것인데 헛되이 쓰면 안된다. 세금을 타 먹고 있으니 열심히 하자는 말을 나누면서 훈련에 전념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남북단일팀 '코리아'의 사상 첫 은메달, 단식 은메달을 획득한 10년차 탁구 국가대표 박홍규 역시 훈련량을 이야기 했다. "우리는 감독-코치 4명, 스태프 4명, 선수 25명이 훈련을 했는데 훈련기간은 짧았다. 합숙을 하면 기량이 눈에 띄게 올라간다. 짧은 기간이지만 감독님이 이야기를 안해도 새벽, 오전, 오후, 야간 훈련을 쉬지 않았다. 숙소에 들어가면 늘 9~10시였다. 피나는 노력으로 서로 합심해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첫 아시안게임에서 볼링 2관왕에 오른 신백호는 지도자의 헌신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패럴림픽 종목이 아니라서 훈련기간이 짧다. 외부 훈련을 했는데 감독, 코치님들을 믿고 최선을 다했다. 코치님들이 무거운 볼을 일일이 받아주시면서 궂은 일을 도맡아 주시고 격려해주신 덕분에 좋은 성과가 있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생애 첫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 나오게 됐는데 이곳이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태극마크의 무게감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기초 종목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을 남겼다. 육상에서 금메달 2개, 수영에서 금메달 1개를 획득했다. 여자 100, 200m에서 2관왕 2연패를 달성한 전민재는 금메달 비결을 묻는 질문에 휴대폰 음성메시지로 답했다. "훈련은 항상 힘들지만 올해는 기나긴 여름 더위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흐르는 살인적인 더위였기 때문에 그 더위와 싸워가며 훈련하느라 다들 더 힘들었을 거예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따서 정말 기뻐요. 더위에 땀흘리며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기쁘고, 이 기쁨 가족들과 저를 아는 모든 분들과 나누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김민재의 스승인 신순철 육상 대표팀 코치는 "민재는 나이를 떠나서 회복력이 빠르다. 같이 훈련하는 파트너들은 몇 분 뛰고 나면 몸이 처지는데 민재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이 돼 있다. 특수한 체질을 타고난 것 같다. 기초 체력을 단단하게 만들어놓으니 기록을 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코치는 향후 육상 발전을 위한 기초 체력 및 체계적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기 와서 육상을 몇 년 가르쳐 보니까 비장애인 선수들도 마찬가지지만 기초 체력이 너무 안돼 있다. 기본 체력도 안돼 있는데 기술을 하면 장애인들은 몸이 굳어버린다. 그런 것부터 체계적으로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훈련 기간도 짧다. 연간 계획이 안되고 몇 개월만에 하다보니 시간이 촉박하고 선수 관리도 안된다. 집에 가면 제대로 가르쳐줄 지도자가 없다. 기량을 올려놓으면 집에 다녀와서 퇴보하는 경우도 있다. 전종목에 걸쳐 훈련일수를 추가 확보해 지속적인 훈련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더 관리를 잘하면 분명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남자 자유형 400m 2연패, 광저우 대회 이후 금메달 3개를 획득한 '수영 주장' 권 현은 이번 대회 수영의 부진 이유로 등급 조정 등 외부환경의 변화를 꼽았다. "금메달이 많이 나오지 않았고, 기대했던 성적에 못 미쳤다. 5월 말부터 훈련을 열심히 잘 해왔다. 정말 잘 준비했는데 너무 악재가 많았다. 조기성, 임우근, 이인국 등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들에게 등급조정 등 안좋은 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속에서도 기록적인 면에서는 좋은 성과들이 있었다. 성적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팀은 모두 고생해왔고, 수영 종목이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시안게임은 조금 못 미치지만 도쿄 패럴림픽 때는 기대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수영 남자계영에서 장애인체육 사상 국제대회 첫 메달을 따낸 권 현은 "이번 대회 내내 외쳤던 '우리는 하나다'라는 문구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처음 본 북측 친구들과 정말 하나된 느낌이 들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남측보다 북측 선수들 기량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혼계영에선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지만 결과와 무관하게 그냥 기뻤다. 끝나고 나서 북측 정국성 선수가 마지막으로 들어올 때 풀 밖에서 끝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같이 나가려고…. 우리는 한 팀이니까. 코리아의 일원으로서 뜻깊은 자리였다. 세 번째 장애인아시안게임인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고 돌아봤다.

박홍규는 "인천 대회때는 북측 선수를 적으로 만났다. 준결승에서 이기고 우승을 했다. 이번엔 한 팀으로 만나서 같이 훈련하고 호흡을 맞췄다. '신심(신뢰, 믿음)'처럼 가끔 못알아듣는 말도 있었다. 처음에는 존칭을 썼지만 곧 편하게 불렀다. 나는 '영록아' 라고 불렀고 영록이는 '삼촌'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세계최강 중국전에서 아쉽게 지긴 했지만 계속 이렇게 함께 하다보면 코리아가 아시아에선 무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기대감을 표했다. "북측 사람들과 기회가 되면 오픈 대회에 단일팀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했다. 처음이 힘들지, 한 번 해봤으니 앞으로도 어울려서 같이 훈련하고 경기하고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탁구 장비 교류의 문제도 언급했다. "북측에는 아직 이질 러버를 거의 안쓴다고 한다. 한국은 탁구장비도 눞은 수준에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의 지원과 교류도 더 많이 이뤄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 대회, 선수들의 선전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났지만, 패럴림픽 이후 식어버린 관심 속에 선수들은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싸움을 치렀다. 지난 3월 평창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현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체감했던 이도연에게 선수로서 느낀 아시안게임의 분위기를 물었다.

이도연은 초연했다. "평창패럴림픽의 뜨거운 관심은 자국 대회라 가능했던 일이다. 밖에서 했다면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리우패럴림픽 때도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이번 대회도 방송이 많이 나갔다면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의외로 우리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보다 위에서 관심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2020 도쿄패럴림픽은 자국은 아니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 방송, 언론에서 더 많이 신경을 써주시면 좋겠다. 방송에 많이 나오면 우리 장애인 대회도 더 관심있게 봐주시지 않을까."

또 이날 좌담회에서 선수들은 한 목소리로 국가대표 공식 훈련일수 연장을 열망했다. 신백호가 "볼링은 훈련기간이 100일 정도 된다. 좀더 늘려주시면 좋겠다"고 하자 '철녀' 이도연이 "저도 동감"이라며 맞장구쳤다.

이도연은 "개인 훈련을 하다보니 어려움이 많다. 우리 종목은 김용기 선수가 순창의 마을길을 7년동안 다져서 직접 핸드사이클 코스를 만들었다. 윤여근 선수(2관왕)는 주말마다 부여-순창, 저는 익산-순창을 오가며 훈련한다. 안전하게 훈련할 곳이 그곳뿐이다. 순창에 전국 선수들이 다 모인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이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훈련일수를 늘려주면 좋겠다. 우리는 안전하게 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8년 자카르타에서 빛난 별들에게 다음 목표를 물었다. '육상여왕' 전민재는 도쿄패럴림픽을 선수 은퇴 무대로 생각하고 있다. 신순철 코치는 "민재의 현 기록은 세계 3위다. 2020년까지 이 기록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선수들은 당일 컨디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컨디션만 좋으면 3위 이상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3번의 아시안게임에서 3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수영 에이스 권현은 도쿄 패럴림픽의 꿈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패럴림픽은 메달을 따면 너무 영광스럽지만 출전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대회다. 그런 것을 또 누려보고 싶다. 장애인 체육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볼링왕' 신백호는 "첫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면서 정말 뿌듯했다. 4년 후에 또 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볼링도 패럴림픽, 세계선수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탁구의 박홍규는 "다친지 13년, 장애인 탁구 대표가 된지는 10년 됐다. 런던, 리우 패럴림픽도 나가고 아시안게임도 두번째다. 현재 세계랭킹 4위다. 도쿄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같다"고 했다. 장애인 출신 엘리트 장애인탁구 지도자의 꿈도 또렷히 밝혔다. "충남에서 선수 육성을 생각하고 있다. 휠체어 탁구도 칠 수 있고, 11체급 선수도 가르칠 수 있다"며 웃었다.

오늘을 사는 '철녀' 이도연의 도쿄 출사표는 뭉클했다. "한 스태프가 내게 어떤 장애인이 가장 불쌍하냐고 묻더라. 나는 이렇게 답했다. '몸은 어떤 선수든 다 힘들다. 하지만 할 수 있는데 하지 않고 나약한 마음을 가진 장애인이 가장 불쌍하다.' 몸은 불편하지만 훌륭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건강한 정신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나는 항상 목표가 '오늘 하루만큼은 최선을 다하자. 다시 오지않을 이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자'다. 메달은 중요하지 않다. 오늘 열심히 하자는 생각뿐이다. 오늘 하루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한다는 데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지금부터 도쿄 패럴림픽을 준비할 것이다. 다음은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대회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출처 : 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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