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는 안되고, 김선아는 된다” 퍼블리시티權이 뭐기에…

2015년 4월 1일 (수) 오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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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는 안되고, 김선아는 된다” 퍼블리시티權이 뭐기에…

2012년 부산의 한 성형외과의 홍보용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다. “김선아 님의 친필 응원 사인”이라며 김선아의 사진과 서명도 올라왔다. 하지만 이 병원은 김선아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고, 사진이나 서명 사용에 대한 허락도 받지 않았다. 김선아는 병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유명인이 획득한 명성, 사회적 평가, 지명도 등에서 생기는 경제적 이익 또는 가치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독립된 재산권으로서 ‘퍼블리시티(publicity)권’을 인정할 수 있다”며 “김선아에게 1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최근 연예인들이 김선아처럼 사진과 이름을 동의 없이 홈페이지 등에 홍보용으로 사용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며 잇달아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서 이 권리가 주목받고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초상권과 달리 비교적 낯설다. 둘의 차이는 권리의 성격이다. 초상권은 인격권이다. 내 인격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수 없는 것처럼 초상권은 양도가 불가능하다. 반면 퍼블리시티권은 재산권 성격이 강하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이다. 거칠게 말하면 퍼블리시티권을 소유하는 것은 보석이나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권리 침해에 대한 대응도 다르다. 초상권은 인격권이므로 남이 함부로 사용하면 정신적인 손해 배상, 즉 위자료를 청구하게 된다. 위자료는 배상액이 비교적 크지 않다. 반면 퍼블리시티권은 재산상 손해 배상을 청구한다. 유명인이 광고 계약을 맺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증명하면 정식 광고 액수에 상당하는 금액을 배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퍼블리시티권과 관련한 소송 결과는 엇갈린다. 김선아 재판의 경우 이 권리를 인정했지만 국내에 명확한 법규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의 소송 판결문 6건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받아 승소한 연예인은 김선아 1명뿐이었다.

유이는 ‘부분 비만 프로젝트 후 멋진 유이의 꿀벅지로 거듭나세요’라는 제목 아래 유이의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 서울 강남의 모 한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재판부들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법률이나 관습법이 없어 더이상 따질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대 교수는 “하급심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판결과 부정하는 판결이 동시에 나오는 것은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선아는 초상권 침해도 인정받아 위자료 1000만 원을 추가로 받았지만 유이와 장동건 등은 그마저도 받지 못했다. 김선아 사건의 경우 법원은 해당 게시글이 김선아가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유이 장동건 등의 경우엔 사진 등을 영리적으로 썼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최승재 변호사는 “현실에서는 이미 퍼블리시티권이 거래되고 있다”며 “퍼블리시티권이 법제화되면 엔터테인먼트 등 발전하는 관련 산업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병하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도 초상권 침해 시 재산적 손해배상과 부당이득 반환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의 법제화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퍼블리시티권 보호가 강화된다고 해도 일반인들이 ‘소송을 당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할 이유는 별로 없다. 팬들이 가수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는 등 비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드라마 속 연예인의 모습을 캡처해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엔 방송사나 제작사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연예 및 스포츠 스타를 활용한 사업이 번창한 국가에서 개념이 정립돼 발전해왔다. 선두 주자는 미국이다. 30개 주가 실정법이나 판례로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한다. 권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곳은 할리우드가 있는 캘리포니아 주다.

미국에서 퍼블리시티권이 처음 인정된 것은 1953년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들의 사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받은 껌 제조회사가 같은 사진을 광고에 사용한 경쟁사를 상대로 광고를 금지해달라고 한 사건에서다. 법원은 “초상권 등 인격권과 별개로 경제적 권리로 양도할 수 있는 퍼블리시티권이 존재한다”는 이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메이저리그 선수를 활용한 보드 게임을 만든 회사에 대한 소송에서는 선수의 경기기록도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된다.

상속도 가능하다. 캘리포니아 주는 1988년 퍼블리시티권의 상속을 인정하는 법을 제정했다. 드라큘라로 유명했던 배우 벨라 루고시가 숨진 뒤 유족들은 영화 관련 상품 사용권을 제3자에게 넘긴 영화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하지만 이후 상속권을 인정하는 법이 제정됐다. 권리의 존속 기간은 주별로 다르다. 캘리포니아 주는 사망 뒤 50년, 테네시 주는 10년 동안 인정한다.

일본도 도쿄고등재판소가 1991년 “예능인의 성명 초상이 갖는 고객 흡인력은 독립된 경제적 이익 내지 가치로 파악할 수 있고, 예능인이 이를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재산적 권리를 갖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명확히 규정한 법률은 없지만 판례로 개인의 성명·초상에서 나오는 재산적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 초상(肖像), 목소리 등이 갖는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 인격권인 초상권이나 이름에 대한 권리와 달리 재산권이어서 양도가 가능하다고 보기도 한다.

출처 : 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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