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비로소, 현영

2015년 4월 2일 (목) 오후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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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동아일보] 비로소, 현영

섹시한 자태와 나른한 콧소리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던 현영이 모성애 충만한 ‘슈퍼맘’으로 돌아왔다. ‘뽀로로’ 동요에 맞춰 네 살배기 딸과 흥겹게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에서 ‘여걸식스’ 시절 현영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일도 육아도 열정이 넘치는 현영의 리얼 라이프.

카메라로 아이의 시선을 끌기 위해 어림도 없는(?) 소리를 하는 엄마의 모습에 ‘푸하’ 웃음이 난다. 방송인 현영(39)과 네 살배기 딸 다은이가 다정하게 표지 모델로 나섰다. 잠깐의 휴식 시간, 봄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스튜디오 통창 아래에서 다람쥐처럼 오물오물 밤을 까 먹는 다은이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이가 간식을 먹는 동안 엄마 현영의 입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아이의 난해한 질문에 재치 있게 답변해주는가 하면, ‘뽀로로’ 동요를 함께 따라 부르고 아이의 흥을 돋우려 율동까지 하는 모습이 여느 엄마들과 다르지 않다. 불과 4년 전 연예계 대표 ‘골드미스’였던 현영이 이제는 엄마, 아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하루 종일 어린 딸과 촬영 호흡을 맞춘 소감을 묻자 현영은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다은이와 좋은 추억 만든 것 같아서 뿌듯해요(웃음). 집에서는 다은이가 마냥 아기 같았는데, 오늘 촬영하는 것 보니까 그새 많이 컸구나 싶기도 하고요. 오늘은 저보다 아이 컨디션이 중요해서 어제는 평소보다 일찍 씻기고 잠도 푹 재웠어요(웃음).”

결혼식을 올리고 넉 달 만에 다은이를 출산한 현영은 갑작스러운 삶의 변화를 버거워할 겨를도 없이 그동안 엄마로, 아내로 바쁘게 살아왔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는 그의 말에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가 훌쩍 커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도 묻어난다. 결혼과 동시에 화려한 연예계 삶을 뒤로하고 육아에 전념하느라 힘들었을 것 같지만 정작 그는 “엄마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인생이 꽉 채워진 기분이 들더라”며 생글거린다.

“남편을 만나기 전 결혼이 정말 하고 싶었어요. 그것 말고는 인생의 돌파구가 없다고 생각했을 정도죠. 그랬기 때문에 결혼 후 방송인 현영이 아닌, 엄마 현영으로 살게 됐을 때 꿈을 이룬 듯 기뻤어요(웃음). 엄마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겠지만, 다은이가 저를 보고 ‘엄마 사랑해’라고 말을 한다거나, 갑자기 뒤에서 와락 껴안을 때 ‘정말 내가 이 아이에게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을 만큼 행복해요. 17년 동안 일만 하느라 바닥난 에너지를 다은이가 3년 동안 꽉꽉 채워줬어요(웃음). 그 기운을 받아서 이제 다시 방송 일도 열심히 하려고요.”

(L)비즈 장식 블라우스 에스쏠레지아. 플라워 프린트 재킷 지컷. 와이드 팬츠 지고트. 레이어드 실버 링 프란세스케이. 에나멜 힐 모노바비. (R)체크 배색 라운드 티셔츠, 보이시한 버뮤다 쇼츠, 스타킹, 스팽글 운동화 모두 닥스 키즈. 니트 베레모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무한 긍정’ 현영이지만 육아가 마냥 쉬울 리만은 없었다. 생후 8개월쯤 뒤늦게 산후 우울증이 찾아와 아이가 아프거나 조금만 다쳐도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육아서를 열심히 읽고 선배 엄마들의 생생한 경험담과 조언을 들으면서 서서히 마음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특히 라디오 청취자들 사연을 들으면서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시는 분들 중에 아이 엄마가 많더라고요. 그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마치 제 얘기 같고, ‘나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하면서 큰 위로를 받았어요. 요즘도 마음이 좀 허하다 싶을 때 무조건 라디오를 틀어요(웃음). 다은이 가졌을 때 썼던 태교 일기를 보는 것도 우울증 극복에 큰 도움이 됐어요.”

현영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육아 원칙은 ‘아이에게 화내지 않기’. 실제로 그는 지금껏 아이에게 화를 낸 적이 거의 없다고 자신한다. 그런데 최근 아이가 자기주장이 생겨 고집이 세지고, 타협을 알게 되면서 화를 누르고 가슴에 참을 인 자를 새겨야 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현영은 “순간 ‘욱’하고 올라올 때는 한참 동안 벽을 쳐다보면서 멍을 때린다”며 웃었다.

그럼에도 그가 ‘천사표 엄마’의 상냥함을 유지할 수 있는 데는 육아에 적극적인 남편의 도움도 컸다. 외국계 금융회사 상무로 재직 중인 남편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퇴근 후 곧바로 집으로 향하고, 주말에는 수영장이나 동물원 등으로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 애쓴다고 한다. 최근에는 시집, 친정 식구가 한데 어울려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고. 가끔 현영이 육아에 지쳐있을 때면 그의 손을 끌고 나가 화끈하게 기분 전환을 시켜주는 이도 남편이다.

“남편이나 저나 술 마시며 얘기하는 걸 좋아해서 이태원 클럽에 종종 가요. 연애할 때 기분도 들고, 그때만큼은 아이 얘기나 집안 얘기 안하고 오직 저희 얘기만 하려고 해요. 사실 양가 어른들은 슬슬 둘째를 바라시는데, 남편이 ‘1년만 더 지금처럼 놀자’고 하더라고요. 둘째는 올겨울쯤 가져서 내년에 낳는 게 목표예요.”

현영은 4월 1일부터 tvN 예능 프로그램 ‘엄마사람’에 출연해 리얼 육아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육아 예능이 아빠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육아의 진정한 주체인 엄마에 초점을 맞춰 좀 더 현실감 있는 육아라이프를 선보일 예정. 현영 외에도 그룹 ‘쥬얼리’ 출신 이지현, ‘투투’ 출신 황혜영이 출연한다. 현영은 “같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시청자들의 육아 고민도 해결해준다는 포맷이라 기존 육아 예능 프로그램과는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영은 현재 KBS 건강 프로그램 ‘비타민’ 고정 패널로도 출연 중이다. 결혼 전 MC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때와 비교하면 위치가 변했지만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가볍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달라진 방송 분위기와 진행 방식 등을 새로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MC가 아닌 패널 제안도 감사하다고.

“예전에는 일명 ‘선수’로 불리는 몇 명의 예능인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일종의 예능 공식이 있었는데 요즘은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가 패널들이 많아서 과거의 법칙들이 다 소용없더라고요(웃음). 대신 패널로 출연하더라도 요즘 진행자들은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살펴봐요. 언젠가 제가 또 그 자리에 설지 모르니까요. 하하.”

오랜 무명의 시간을 보내고 스물일곱 적지 않은 나이에 비로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이기에 기다리는 것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스물여섯살을 보내고 나니 최고의 시간이 찾아오더라. 목표만 있다면 꿈은 언젠가는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딸 다은이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밖에 나가면 저를 알아보고 먼저 말을 걸고 인사하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까 다은이는 세상 모든 사람이 서로 다 아는 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웃음). 지난 명절 때 친정엄마가 다은이를 데리고 강원도 화천에 있는 시골 방앗간에 갔는데, 다은이가 방앗간 앞에 서서 지나가는 할머니들한테 인사를 다 하더래요(웃음). 그 얘기를 듣고 앞으로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는 것, 그게 인생의 목표 중 하나가 됐죠.”

출처 : 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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