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에 꿈틀댄 K팝 열기…엠블랙·에일리 등 공연>

2013년 12월 1일 (일) 오후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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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주에 꿈틀댄 K팝 열기…엠블랙·에일리 등 공연>

그는 전날 'K팝 댄스 스쿨'에서 한국 안무가에게 춤을 배우던 중 왼쪽 무릎을 다쳐 병원 신세를 졌다. 그러나 아버지의 걱정에도 관람을 강행했다. 엠블랙을 처음 볼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다.

호주 서부의 퍼스(Perth)에도 K팝을 사랑하는 팬들의 열기가 꿈틀대고 있었다. 지난 30일 서호주의 중심 도시인 퍼스의 챌런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K팝 공연 '2K13 필 코리아(Feel Korea)'에서다.

엠블랙, 에일리, 휘성, 알렉산더 등의 K팝 가수들이 합동 공연을 연 이날 공연장에는 5천 명의 관객이 모여들었다. 퍼스는 광산 개발 중심 도시로 인구가 200만 명, 교민이 2천 명에 불과한 지역임을 감안할 때 객석 규모는 놀라운 수치다.

엄마와 함께 온 여성 팬 카라(15) 씨는 "내 이름을 유튜브에서 검색하면서 카라의 동영상을 접해 K팝에 빠졌다"며 "K팝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멜로디와 퍼포먼스가 좋다. 예전엔 한국에 관심조차 없었는데 K팝 덕에 지금은 한국 문화가 좋다"고 웃었다.

남성팬 케네스(16) 씨도 "한국 가수들은 춤을 잘 추는 것 같다. 뮤직비디오를 보고 K팝 댄스를 따라 추기도 한다"며 "사실 북한과의 사회적인 문제 등으로 한국에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젠 기회가 되면 한국을 꼭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사장 이팔성)과 주호주한국대사관(대사 김봉현), 주시드니한국문화원(원장 이동옥)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 한국관광공사가 후원했다.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의 이동옥 원장은 "시드니 등의 대도시가 아닌 외진 지역에서 공연을 열어 걱정했던 게 사실"이라며 "(1만 원 하는) 티켓이 매진되는 걸 보고 상당히 놀랐다"고 말했다.

호주를 처음 방문한 그는 비욘세의 '크레이지 인 러브(Crazy In Love)'를 시작으로 '헤븐(Heaven)', '보여줄게', '유&아이(You&I)' 등의 히트곡을 잇달아 부르며 폭발적인 고음을 뽑아냈다.

스탠딩석 관객들은 비트에 맞춰 손을 흔들었고 휴대전화를 일제히 들어 촬영하기 시작했다. 미국 출신인 에일리는 유창한 영어로 능숙하게 호응을 이끌어냈다.

뒤를 이은 '핫 스테이지'는 엠블랙이었다. "아 유 레디(Are You Ready)?"라고 소리치며 멤버들이 등장하자 "엠블랙 짱", "사랑해요"란 함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엠블랙이 '모나리자', '전쟁이야', '스모키 걸(Smoky Girl)', '오 예(Oh Yeah)' 등을 부르며 절도있는 퍼포먼스로 무대를 누비자 강도가 다른 환호가 쏟아졌다.

멤버들은 "호주는 두 번째 방문인데 올 때마다 반응이 좋아 단독 콘서트를 열었으면 좋겠다"며 "14시간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짧은 공연이어서 아쉽다. K팝에 대한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제대 후 처음 해외 무대에 선 휘성은 "데뷔한 지는 오래됐지만 날 아는 분들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소리 질러줘 감사하다"며 '인컴플리트(Incomplete)', '인섬니아(Insomnia)', '위드 미(With Me)' 등을 열창했다.

이날 무대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 건 넌버벌 퍼포먼스팀 옹알스였다. 이들은 비트박스와 저글링, 표정 연기 등으로 코믹한 상황을 연출하며 호주인들의 큰 웃음을 이끌어냈다. 뉴질랜드 출신 래퍼 뉴코의 무대도 신선했다.

2시간의 공연을 마친 후 출연자들은 아리랑이 흐르는 가운데 객석으로 사인볼을 던졌다. 일부 팬들은 무대 위로 캥거루 인형을 던지며 화답했다. 이어 LED에 한국과 호주 국기가 등장했고 출연진과 관객들이 "김치~"라고 외치며 기념사진 촬영으로 한데 어우러졌다.

공연을 관람한 주호주한국대사관 김봉현 대사는 "K팝 공연을 처음 봤다"며 "가수들의 예술성과 흥행성을 비롯해 외모와 언어 실력이 뛰어나 놀랐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K팝 한류 싹 틔운 단계…한국에 대한 인식 달라져" = 호주는 아시아, 유럽, 남미 등 다른 지역에 비해 K팝 한류가 이제 막 싹을 틔웠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곳의 K팝 인기는 호주 인구 2천300만 명 중 100만 명인 중국계와 80만 명인 베트남인 등 아시아계가 이끌고 있으며 이들이 다시 호주의 젊은 층에 전파하는 양상을 띤다는 것.

주시드니한국문화원 이동옥 원장은 "2년 전 MBC가 시드니에서 한국과 호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연 K팝 공연에 2만5천 명이 모였다"며 "호주 미디어의 관심도 커졌는데 지상파 방송사 SBS TV는 '팝 아시아(POP ASIA)'를 방송 중이고 SBS 라디오는 밤 11시가 넘어가면 K팝을 주로 튼다"고 설명했다.

엠블랙의 승호와 지오는 "호주는 자주 오지 못하는 나라인데도 팬들이 공항에 환영나오고 이미 팬클럽도 있다"고, 휘성은 "2003년 2집 때 호주 공연이 무산된 적이 있는데 10년 만에 선 무대에서 환호를 받아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시드니 공연기획사 JK엔터테인먼트의 박명주(24) 팀장은 "예전엔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시각 탓에 길을 지나가면 무작정 욕설을 듣기도 했다"며 "하지만 K팝의 인기로 한국인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K팝을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은 한국 사람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서호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유학생 서주현(20) 씨도 "2011년 대학에 입학해 친구들에게 한국인이라고 소개하자 소녀시대, 빅뱅 등 K팝 가수들을 안다며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걸어왔다. 요즘은 친구들이 나도 모르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얘기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연 관계자들은 K팝의 인기가 다양한 한국 문화로 영역이 확장되고, 한국 기업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실물경제 활성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옥 원장은 "2011년 문을 연 문화원은 세종학당을 30명씩 주 5회로 운영하다가 대기자가 많아 올해 1월부터 주 7회로 늘렸다"며 "돌멩이를 계속 던져야 둑이 무너져 물꼬가 트이듯이 K팝 공연도 꾸준히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팔성 이사장도 "어제 K팝 댄스 스쿨, 한국어 교실에도 아시아계가 아닌 호주인들이 많았다"며 "오늘 관객 중에는 한국 기업의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게 문화의 힘이구나'란 걸 느끼며 K팝에 대한 관심이 다른 산업으로도 연계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출처 : 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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