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들도 개구쟁이시네

2014년 7월 3일 (목) 오후 6:00

100 0

노벨상 수상자들도 개구쟁이시네

환하게 웃고,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한눈을 찡긋하는가 하면, 못마땅한 듯 눈에 잔뜩 힘을 줬다. 1일 일본 오키나와 본섬 나하국제공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1시간쯤 자동차로 달려 도착한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OIST)에 들어서자 높이 2m에 이르는 큼지막한 노벨상 수상자 사진이 가장 먼저 손님을 맞았다.

100m에 이르는 터널 모양의 길을 따라 쭉 늘어선 수상자 사진만 무려 50장. 노벨박물관이 주최하는 전시 ‘스케치 오브 사이언스’다. OIST 연구원들은 이 ‘노벨 터널’을 지나야 연구동에 들어설 수 있다.

닐 칼더 OIST 대외부학장은 “노벨상 수상자들은 항상 진지하고 근엄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면서 “수상자들의 유쾌하고 위트 넘치는 모습을 통해 OIST의 젊은 연구자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전시회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진을 한 장씩 자세히 들여다보는 순간 입가에 저절로 웃음이 번졌다. 스케치 오브 사이언스는 전시 제목처럼 수상자들이 흰 전지에 빨강, 파랑, 노랑 크레용으로 자신의 수상 아이디어를 직접 그렸다.

탄소분자 60개로 구성된 축구공 모양의 분자인 C60(풀러렌)을 발견해 1996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해럴드 크로토 박사는 축구공을 그려 놓고 마치 축구 선수처럼 멋진 슛 동작을 선보였다.

영하 273도 근처까지 온도가 떨어지면 끈적끈적한 성질(점성)이 사라지는 초유체의 존재를 예측해 2003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앤서니 레깃 박사는 초유체에서 원자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마치 힙합가수처럼 양손 검지를 위로 치켜 올렸다. 그림을 들고 있을 손이 없자 전지를 치마처럼 허리에 둘둘 감아 테이프로 고정시켰다.

국내 과학계에 친근한 얼굴도 눈에 띄었다. KAIST 총장을 지낸 로버트 로플린 박사는 1998년 자신에게 물리학상의 영광을 안긴 분자 양자 홀 효과를 그려 놓고 종이 한쪽 끝을 깨물며 특유의 유머 감각을 과시했다.

이화여대 초빙석좌교수인 조지 스무트 박사는 우주배경복사를 설명하기 위해 전지 가득 커다란 원을 그려 놓고 태양 근처에 점 하나를 찍어 “여기가 우리가 있는 곳”이라고 얘기해주듯 손가락을 갖다댔다.

‘삐딱한’ 수상자들도 있었다. 쿼크를 발견한 리처드 테일러 박사는 “그림 그리기 싫다”면서 얼굴에 잔뜩 힘을 준 채 백지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자연계의 기본 힘 4가지 중 약력의 근원이 되는 W와 Z입자를 밝혀낸 카를로 루비아 박사는 사진 촬영 약속을 3번 ‘펑크’낸 뒤 4번째 약속에 자신의 캐리커처를 들고 나와 카메라 앞에 섰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루비아 박사와 함께 근무했던 칼더 부학장은 “천재 과학자들 중에서도 최고의 천재이지만 성격이 괴팍하다”며 거들었다.

스케치 오브 사이언스는 6일까지 OIST에서 계속된다. 이달 말에는 센다이 시 도호쿠대로 옮겨 한 달가량 전시를 이어간다. 국내에서도 스케치 오브 사이언스를 만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10월 초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전시를 개최할 계획이다. 박영아 원장은 “그동안 우리는 과학기술의 지식을 전달하는 데만 치중해 그림과 사진 등 다양한 예술 매체를 통해 과학기술을 문화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등한시해 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스케치 오브 사이언스를 통해 젊은 세대들이 즐거운 과학의 세계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출처 : news.donga.com

카테고리 페이지로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