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産相 그녀는…

2017년 10월 8일 (일) 오전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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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産相 그녀는…

요즘 여성들은 ‘맏며느리상’이라는 말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살과의 전쟁으로 단기간 다이어트할 방법을 찾고 있는데 후덕하게 생겼다니, 왠지 푸짐하다는 말 같아서 좋아할 리 만무하다. 여성을 바라보는 미(美)의 기준은 시대와 사조(思潮)에 따라 달라져왔지만 며느리상은 예나 지금이나 도회적인 세련미보다는 둥그스레하고 희고 단아한 얼굴이라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필자의 직업상 모임에 나가면 “애 잘 낳을 여성상이 있느냐?”는 질문을 곧잘 받는다. 흔히 분만을 전문으로 하는 산과(産科)의사들은 여성의 골반 모양만 봐도 애를 ‘순풍’에 돛 단 듯 잘 낳을지, 난산을 할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골반이 삼각형인지 둥근지에 따라 다른데, 삼각형 골반보다는 동글동글한 골반이 자연분만 시 태아가 훨씬 수월하게 빠져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임시술을 하는 필자는 ‘애를 잘 낳을’ 여성상보다는 ‘애가 잘 들어설’ 여성상에 더 관심이 많다.

여성의 외모로 다산(多産)을 예측할 수 있을까? 20년 이상 난임시술을 하면서 수십만 명의 환자를 만나온 의사로서도 여전히 물음표를 붙이고 싶다. 하지만 약간의 힌트가 있다면 흔히 말하는 맏며느리상이 다산상(多産相)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여성의 미(美)는 단순히 미인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수태력에 대한 기대도 담겨 있다. 실제로 미(美)의 기준은 출산과 깊게 연관돼 있다. 풍만한 몸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던 고대 시대와 달리 금욕적인 중세 시대에는 납작한 몸매를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가 되면서 풍만한 몸을 동경했고, 세계대전이 있었던 19~20세기에도 둥근 얼굴과 통통한 몸을 가진 여성을 미인으로 꼽았다. 6·25전쟁 이후도 마찬가지다. 전쟁으로 인한 다사(多死)의 비극이 다산(多産)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을 것이다. 비디오 시대인 오늘은 갸름한 얼굴선과 빼빼 마른 몸매를 선망한다. 아니나 다를까 저출산 시대를 살고 있다.

난임전문의로서 다산상의 그녀는 반갑다. 피부가 깨끗하고 평균적인 체형의 둥글고 후덕해 보이는 맏며느릿감 같은 여성도 다산상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삼쾌’해야 한다. 흔히 삼쾌라고 하면 ‘유쾌’ ‘상쾌’ ‘명쾌’다. 성격도 삼쾌해야 하고 몸도 삼쾌해야 한다.

의학적으로 삼쾌(三快)는 쾌식(快食), 쾌면(快眠), 쾌변(快便)을 말한다. 임신이 잘되는 여성 중에는 몸과 마음이 삼쾌한 경우가 많다.

예부터 밥 잘 먹고 땀 많지 않고 추위에 잘 견디는 무던한 여성이 애도 쑥쑥 잘 낳는다고 했다. 진짜 그렇다. 소화가 잘 안 된다며 허구한 날 위장약 먹는 여성 중에는 배란 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고, 비타민D가 부족해도 우울증과 두통이 생길 수 있다. 또 찬바람만 불어도 춥다고 야단법석을 떨거나 손발에 땀이 너무 많은 여성도 갑상선 질환에 의한 배란장애를 겪는 경우일 수 있다.

다산(多産)의 그녀는 성격도 다르다. 실제로 시니컬하고 도회적이고 새침데기처럼 생긴 예민한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성의 속칭)’들은 시험관아기 시술을 할 때도 힘들게 임신이 된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씩씩한 여성보다 예민하고 센티멘털한 여성이 스트레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우울증도 있다.

스트레스도 문제다. 하지만 같은 스트레스에 노출된다고 다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하는 코르티솔의 분비가 증가하고 교감신경이 자극된다.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어 교감신경이 자극되면 말초 혈관이 수축되고 심장박동 수가 늘어난다. 잠도 잘 안 오고 불안해지고 두통에 우울증도 온다. 건강한데도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지니 밥맛도 없고 외출도 귀찮아진다. 임신이 잘될 리 없다.

흔히 맏며느릿감인 여성을 보면서 다산상(多産相)을 떠올린다. 왠지 모르게 후덕하고 둥글둥글한 성격으로 형제간의 화목을 위해 메신저가 될 것 같고, 자식도 쉽게 잘 낳아서 집안의 대를 이어줄 수 있을 것 같아서일지 모른다. 성격과 임신이 무슨 연관이 있느냐며 볼멘소리를 할지 모르겠지만 성격이 좋으면 그만큼 스트레스에 민감하지 않고 힘든 일도 예사롭게 넘길 수 있는 낙천적인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

여성의 몸은 신비롭다. 언제든 어머니가 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어머니가 되기를 거부할 수도 있다. 여성이 높은 강도의 정신적인 충격을 받거나 지나친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시상하부가 정상적인 조절 능력을 잃게 된다. 정상적으로 배란이 되고 생리를 해야 임신을 할 수 있는데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에서 일어나는 호르몬의 유기적 반응이 멈춘다면 배란이 잘 안 돼 임신을 하고 싶어도 힘들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고 배란이 잘 되어서 생리가 규칙적인 여성이라야 임신할 수 있지, 뇌하수체에서 호르몬 분비가 교란되면 난임이 될 수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여성의 상당수는 섭식장애와 배란장애와 생리불순을 호소하기에 난임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결국 다산상(多産相)이란 건강하고 낙천적인 여성이다. 엔도르핀, 도파민, 세로토닌과 같은 행복 호르몬과 부교감 신경에 지배를 받아야지 아드레날린, 노어아드레날린, 코르티솔 같은 것에 영향을 받는다면 임신도 잘 안될뿐더러 일상 속에 재미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 팍팍하고 건조한 삶이 될 것이다. 그런 여성이라면 한 집안 며느리가 되어 온갖 대소사를 치러야 하고 타인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결혼 생활이 행복할 리 없다.

난임의사라 어쩔 수 없는 걸까. 필자는 대통령선거 때마다 후보들의 아내를 유심히 살핀다. 모르긴 해도 한 나라의 영부인에게서 후덕한 맏며느리상을 기대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상(相)은 완벽에 가까운 다산상(多産相)으로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김 여사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성격도 삼쾌해 보였고 남편을 적극적으로 서포트(support)하는 모습이 남달랐다. 그야말로 맏며느릿감다운 다산상이었다.

어떤 이들은 “연예인 중에서 어떤 배우가 다산상(多産相)이냐?”고 짓궂게 물어온다. 최고의 다산상(多産相)인 그녀는 공교롭게도 아직 미혼이다. 김혜수라는 여배우는 표독하고 예민한 눈빛과는 거리가 먼, 성격 좋고 임신도 잘 될 다산상이다. 쉰이 낼모레인데 미혼인 것이 난임의사로서는 안타깝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북핵으로 인해 전쟁 얘기가 오가는 현실 속에서 피붙이에 대한 묘한 향수가 절절해진다. 큰누나 큰언니 큰형수가 그립다. 언제부터인가 미인의 기준이 달라지면서 이제는 깜찍하고 가냘픈 여성이 대세다. 그리고 그녀들은 자기 성취를 위해 결혼을 되도록 늦게 하려고 하고 자식은 내 집 마련 후에 가지려고 한단다. 걱정이다. 아무리 다산상인 여성이라도 때를 놓치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뭣이 중헌디.

출처 : 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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