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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클래스] 여성액션의 신세계를 연 배우 김옥빈

2017년 7월 15일 (토) 오전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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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클래스] 여성액션의 신세계를 연 배우 김옥빈

용감한 사람은 겁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겁나더라도 선택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김옥빈은 독보적으로 용감한 배우다. 여성 누아르 액션영화 〈악녀〉에서 킬러 숙희 역을 맡아 마을버스, 오토바이, 자동차 보닛 위에서 쌍검, 도끼, 장총 액션을 직접 소화한 김옥빈을 만났다.

김옥빈은 자기 이름을 쓴다. 그에게는 옥의 성격과 빈의 성격이 두루 있다. 그의 말마따나 시골 솔(soul)이 담겨 있는 곳은 단단한 ‘옥’, 그리고 도시적인 차가움이 묻어 있는 곳은 ‘빈’이다. 〈악녀〉의 정병길 감독은 “김옥빈이 가진 세련되면서도 촌스러운 느낌이 좋았다”고 했다. 김옥빈은 전라남도 광양에서 자랐다. 영화를 보려면 한 시간은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 마을이었다. 집에는 부모님이 보던 홍콩 영화 비디오가 쌓여 있었다. 〈동방불패〉의 임청하를 흉내내며 놀던 아이는 하굣길에 날이 더우면 계곡에 들어가 멱을 감았다. 운동을 좋아하고, 몸 쓰는 데 재능이 있던 김옥빈은 도장에 가서 태권도와 합기도를 배웠다. 좀 더 커서는 바이크를 타고 무아이타이(무에타이)도 익혔다.

김옥빈에게 한국판 ‘킬빌’이라 불리는 〈악녀〉를 맡겨두고, 감독은 웬만한 액션신은 “그냥 옥빈씨가 해줘요”라고 했다. 그럼 또 김옥빈은 “네. 제가 할게요”라고 받았다. 그건 의지만 가지고 되는 일은 아니다. 재능과 기술이 따라줘야 한다. 123분의 러닝타임 동안 유혈이 낭자하는 이 영화에서 숙희(김옥빈)는 혈혈단신으로 싸운다. 그의 쌍칼, 도끼, 단검에 약 70명의 장정의 숨이 끊어진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시작되는 숨 가쁜 액션은 95%가 김옥빈이 직접 소화했다. 숙희는 영화의 액션뿐 아니라 감정신도 이끄는 존재다. 〈악녀〉는 역설적으로 “무엇이 여자를 악녀로 만들었는지” 질문하는 영화이고, 김옥빈은 여기에 온몸으로 대답한다.

김옥빈이 영화에서 몸을 사리지 않은 건 처음이 아니다. 그의 인생작이 된 박찬욱 감독의 〈박쥐〉의 태주나 드라마 〈유나의 거리〉의 유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수긍하지 않고 운명 바깥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존재였다. 그러니까 ‘김옥빈의 거리’는 보통의 여배우들이 가지 않은 길이었다. 작품 속에서 그는 흡혈귀이거나, 소매치기였고, 심지어 그의 장편영화 데뷔작은 〈다세포 소녀〉였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씩씩하게 헤쳐 나가는 그를 응원이라도 하듯, 칸 영화제는 그를 두 번이나 소환했다. 〈박쥐〉로 한 번, 〈악녀〉로 또 한 번. 〈박쥐〉의 박찬욱 감독은 올해 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그는 〈악녀〉로 칸 레드카펫을 밟은 김옥빈에게 누구보다 뜨거운 박수를 보내줬다.

“처음 칸에 갔을 때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다 몰랐던 것 같아요. 그저 제가 너무 사랑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 흥분 상태가 그대로였어요. 제 삶에 그렇게 모든 걸 불태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부은 영화였거든요. 이번엔 제대로 즐기고 오자고 벼르고 갔죠. 가자마자 박찬욱 감독님부터 만나 술잔을 기울였어요. 제가 감독님과 함께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제시카 차스테인의 엄청난 팬이거든요. 그 배우의 모든 작품을 봤어요. 그 이야기를 했더니 감독님이 만나게 해주시겠다는 거예요. 근데 다음 날까지 제 짐이 도착을 안 해서 그날 못 간 거 있죠? 숙소에 발이 묶여 있었어요. 말도 안 되죠. 제시카 차스테인을 만날 기회였는데!”

입을 열자마자 쌓아둔 이야기들이 와르르 쏟아진다. 칸 영화제에서의 조우는 배우 김옥빈에게나 박찬욱 감독에게나 뜻깊었을 것 같다고 했더니 나온 대답이다. 김옥빈이 어찌나 아쉬워하던지 인터뷰를 마치고 제시카 차스테인의 작품을 찾아봐야겠다는 다짐이 절로 생겼다. 김옥빈이 팬심을 감추지 않는 이 배우는, ‘용감하다’는 면에서 김옥빈과 행보가 비슷하다. 그는 〈인터스텔라〉 〈마션〉에 출연해 의미 있는 연기를 보여줬고, 〈미스 줄리〉와 〈미스 슬로운〉에서는 타이틀롤로 흔들림 없는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칸 영화제 심사를 마친 뒤, “영화를 통해 세계가 여성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더 잘 알게 됐고, 그것은 좀 충격적이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더불어 이런 장벽을 넘기 위해서 여성 창작자들이 주인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김옥빈은 여기에 동감한다. 이를 악물고 액션신 모두를 소화한 것도 “여배우라 안 된다”는 장벽을 깨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장을 깨듯 금녀의 장벽을 넘어서면, 자신 이후에 오는 배우들은 좀 더 수월한 길을 가리라 생각했다. 지금이야 “턱이 네모가 될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는 농담으로 넘길 수 있는 이야기지만, 현장에서는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회차에 숙희가 등장한다는 건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죠. 이런 시나리오를 너무나 기다렸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까, 체력뿐 아니라 정신력도 필요하더라고요. 동료들이 다 떠난 뒤에도 저 혼자 촬영하는 신이 많았어요. 그때는 정말 외로웠어요. 연기를 통해 감정과 에너지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혼자 뛰고 구르고 찌르고 막아야 했으니까요.”

그럴 때 힘이 되어준 사람이 배우 신하균이었다. 〈박쥐〉 〈고지전〉에 이어 세 번째 만남이다. 인물의 감정선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 감독이 아니라 신하균을 찾아갔다. 정병길 감독은 액션에는 치밀하게 공을 들이되, 감정은 배우들에게 맡겼다. 어려서 아버지가 무참히 살해당하는 모습을 보고, 조선족 조직의 킬러로 자란 숙희에게 조직의 보스인 중상(신하균)은 애정과 증오의 존재였다.

“인물 간에 감정이 다르면 액션도 달라져요. 숙희가 다른 사람들과의 액션에서는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지만, 중상과의 액션은 달랐어요. 둘은 사랑했던 사이니까요. 격렬하게 싸우더라도 그 액션의 느낌이 다를 거라고 생각했죠.”

〈악녀〉를 위해 훈련한 기간은 3개월 남짓이다. 매일 액션스쿨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날마다 훈련 영상을 SNS에 업로드했다. 〈악녀〉의 메이킹 영상을 보면 제작진이 “액션팀보다 김옥빈이 더 잘한다”면서 혀를 내두르는 장면이 등장한다. 도리어 김옥빈은 훈련한 모든 것들을 영화 속에서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복면을 쓰고 있을 때나, 헬멧을 쓰고 있을 때도 대역을 쓰지 않았다.

출처 : new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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