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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사연없는 민족은 없다

2017년 11월 14일 (화) 오전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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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사연없는 민족은 없다

카탈루냐의 독립을 두고 스페인은 한창 시끄러웠다. 미얀마에서는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인권 탄압이 국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세계 곳곳에는 나라 없는 설움을 겪는 세계 소수민족들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어딘가에서 전쟁은 일어나고 있다. 국제사회는 양차 대전 후 인류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벌이고 있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작은 분쟁과 국지전들은 빈번하다. 이 갈등의 배경을 추적해보면 핵심 키워드는 '종교'와 '민족'이다. 20세기 초, 세계는 강대국들 힘의 논리에 의해 여러 국가와 민족들이 쪼개지거나 붙여지면서 혼란의 시기를 거쳤다. 소수민족의 세기를 넘어선 피흘리는 투쟁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현재 소수민족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미얀마이다. 미얀마에는 현재 130여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데, 이 중 로힝야족을 대한 미얀마 정부의 탄압과 박해가 국제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다. 로힝야족은 원래 방글라데시 등 벵골만 주변에 살던 민족으로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이다. 로힝야족에 따르면 이들은 9세기 경 미얀마에 정착한 아랍 상인의 후손이며, 오랫동안 미얀마에 살아왔다. 전체 250만명의 로힝야족 중 현재 130만명이 미얀마에 살고 있으며 이들은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을 믿는 유일한 민족이다.

'자비의 종교'인 불교를 숭상하는 미얀마인들이 이민족을 잔혹하게 배척하는 것은 종교적 이질감보다는 역사적으로 핍박받았던 과거의 기억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미얀마 내에서 유일하게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은 미얀마인들을 지배했던 무슬림과 같은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타도의 대상이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얀마 내부에서는 무슬림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할 수 밖에 없었다. 1982년 군부독재가 들어서면서 이들은 로힝야족의 시민권을 박탈했고, 92년에는 로힝야족을 포함한 모든 무슬림을 불법이민자로 간주한다는 회견을 발표했다. 로힝야족이 언제부터 미얀마 땅에 살았든 무슬림인 이상 불법이민자로 보겠다는 얘기이다. 미얀마 정부는 이후 이들에게 불교로의 개종, 토지 몰수, 노동 등을 강제하며 지속적인 탄압을 해왔다.

결국 로힝야족은 미얀마를 탈출하여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탈출 과정 중에 '보트 피플'이 되어 바다 위에서 목숨을 잃거나 인신매매와 같은 반인륜적 범죄에 노출된다. 2012년 6월에는 로힝야족이 모여 살고 있는 라카인 지역에서 불교도와 유혈 충돌이 발생하면서 로힝야 주민 2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제 사회는 이 지역에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미얀마 정부군에 의한 로힝야족 탄압, 학대 살상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나라로 망명하려는 로힝야족 난민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현재 미얀마군은 남아있는 로힝야족을 무차별 학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 역시 이렇다 할 만한 해결책과 인도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중세 무렵, 지금의 스페인 지역에는 카스티야 연합 왕국, 카탈루냐 연합 왕국, 나바라 왕국, 사라고사 왕국, 등 여러 나라가 형성돼 있었다. 이 나라들은 15세기 말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서 의기투합했는데 이때, 현재 스페인 땅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던 카스티야 왕국의 여왕 이사벨과 지금의 카탈루냐 왕국의 페르난도 2세가 결혼을 하면서 두 왕국은 지리적 통합을 한다. 당시 카스티야 왕국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는 등 지금의 카탈루냐 지역보다 영토와 경제력 면에서 앞서 있었고, 왕위 계승 문제에서도 카스티야 왕국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면서 카탈루냐 왕국은 점차 자치적 지위를 잃어갔다. 그리고 이후 벌어진 왕위 계승 전쟁에서 카탈루냐 왕국은 자치권을 인정해줄 것 같은 함스부르크왕가의 카를 6세 편에 섰지만, 부르봉 왕가의 펠리페 5세가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스페인의 일개 주로 전락한다. 펠리페 5세는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구축하면서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카탈루냐는 완전히 카스티냐 중심의 스페인 왕국에 복속됐다.

카탈루냐는 3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줄곧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2006년에는 더 많은 자치권을 스페인 정부로부터 부여받았으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완전한 독립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카탈루냐가 이렇게 독립을 주장하는 이유는 그들만의 독자적인 문화와 정체성에 있다. 이들은 꽤 오랜 기간 스페인에 속해 있었지만 카스티야어(스페인어)를 쓰는 스페인 문화 속에서 쉽게 융화되지 못했다. 다른 왕국과 정체성도 달랐고, 카탈루냐어라는 언어를 여전히 쓰고 있다. 스페인인보다는 카탈루냐족이라는 민족 정체성이 뿌리 깊은 것이다.

정체성 문제도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제적 이유가 훨씬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인구 약 756만명의 카탈루냐는 상공업과 관광 산업이 탄탄해 스페인 전체 경제 규모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자치와 분리를 주장하는 스페인 지역 중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들의 주장은 2011년 스페인 정부가 재정난을 겪은 뒤 더욱 거세졌다. 스페인 정부가 적자를 메우기 위해 카탈루냐에게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하자, 카탈루냐 지역이 스페인 전체를 부양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탈루냐 분리 독립론자들은 "매년 150억유로(약 21조원)를 스페인 정부에 세금으로 내지만 중앙정부의 공공 서비스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카탈루냐에서는 2014년 분리 독립을 결정하는 비공식 투표를 진행했고, 이를 토대로 2017년에는 공식 투표까지 강행했다. 투표를 저지하기 위한 스페인 경찰과 진행하기 위한 카탈루냐인들 사이에 대규모 충돌이 벌어졌고, 스페인 정부와 카탈루냐 자치구 양측 모두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90% 이상이 찬성이라는 결과에 따라 카탈루냐의 독립 선언을 했지만, 스페인 정부는 자치권 회수로 압박하며 카탈루냐에 대한 직접 통치를 밝혔다. 각 소수 민족을 안고 있는 유럽 주변국들도 카탈루냐의 움직임이 유럽 통합을 방해한다며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언어와 민족을 갖고도 단 한번도 나라를 가져본 적 없는 민족'인 쿠르드족은 현재 세계에서 나라가 없는 민족 중 규모가 가장 큰 소수민족이다. 우리에게는 중동 지역의 무장 단체, 테러 세력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중동 지역 정세를 이해하기 위해서 쿠르드족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본래는 쿠르디스탄 지역(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르메니아에 걸쳐있는 산악 지역)에 사는 산악 민족이었던 이들은 오랫동안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아왔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 제국이 지고, 이 지역이 터키·이란·이라크·시리아·아르메니아로 나눠지면서 함께 다섯개 나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현재는 각국에서 쿠르드족이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쿠르드족과 관련한 유명한 말이 있는데 바로 '쿠르드족에게는 산만 있을 뿐 친구는 없다'이다. 오랜 세월 국제 사회의 외면과 주변국 및 강대국들의 이용과 학대 등으로 나라없는 설움을 겪고 있는 쿠르드족의 현실을 나타내는 말이다.

출처 : new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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